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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놈의 완벽주의
    일상 2020. 9. 15. 14:39

    모든 문제의 시작은 신발 리뷰였다.

    딱히 블로그에 쓸 글이 없으니, 내가 잘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신발 리뷰를 썼고, 사진 촬영, 포토샵, 맞춤법 검사 등 귀찮은 작업을 모두 거쳐 매우 긴 글이 완성됐다. 나름 만족할만한 퀄리티의 글이었고, 나도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평범한 사람은 신발을 매달 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미 15켤레의 신발이 있는 상황에서, 신발 하나를 더 사고싶다는 말을 애인님께 꺼내자마자 미쳤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치. 지네도 아니고. 그래서 신발 리뷰 콘텐츠는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그럼 뭘 해볼까. 마침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를 감명깊게 플레이 했으니, 이 게임에 대한 리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이 게임에 대해 논쟁이 심했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감정적인 까내리기가 너무 많은 게임이다 보니, 리뷰에 꼬투리가 잡히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살을 붙이다 보니, 도입부만 해도 스크롤이 너무 길어진 글이 되고 말았다. 이거, 이렇게 가다가는 거의 정성일 평론가의 영화 리뷰 버금가는 길이가 나오겠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여기서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가장 큰 문제가 또 발현되고 말았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완벽해지는 과정이 두려워, 일을 시작도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완벽해지지 못할 바에야 포기하거나 하지 않는 게 낫다 이거다.

    그 상태가 두 달 넘게 계속된 게 블로그에 글이 두 달 동안 올라오지 않았던 이유였다. 지금은 그냥 부담을 억지로 놓기로 했다. 그래서 리뷰를 안 쓸 거냐, 그건 아니긴 하다. 다만, 그 글을 쓰기 전까지 다른 글을 올리지 않겠다는 식의 어설픈 배수진은 치지 않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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