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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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완벽주의일상 2020. 9. 15. 14:39
모든 문제의 시작은 신발 리뷰였다. 딱히 블로그에 쓸 글이 없으니, 내가 잘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신발 리뷰를 썼고, 사진 촬영, 포토샵, 맞춤법 검사 등 귀찮은 작업을 모두 거쳐 매우 긴 글이 완성됐다. 나름 만족할만한 퀄리티의 글이었고, 나도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평범한 사람은 신발을 매달 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미 15켤레의 신발이 있는 상황에서, 신발 하나를 더 사고싶다는 말을 애인님께 꺼내자마자 미쳤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치. 지네도 아니고. 그래서 신발 리뷰 콘텐츠는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그럼 뭘 해볼까. 마침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를 감명깊게 플레이 했으니, 이 게임에 대한 리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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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일상 2020. 6. 9. 23:56
누가 봐도 나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모범생이라 규정지어지긴 싫어했다. 대부분을 내가 어딘가에 묻어놔서 다시 보기도 힘들지만, 학생 시절의 내 블로그 글들은 다 그런 식이었다. 나는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 아니라고, 내가 하는 딴짓들을 보라고. 그 딴짓들이 사회에서 규정하는 ‘모범생의 고상한 취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음은 나중에 알았다. 앨범 모으기, 신문과 잡지 읽기, 블로그에 시사 글 쓰기... 제딴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특이함이라 생각했겠지만, 딴짓이라 얘기하기도 참 민망한 것들이다. 내 삶과 성격을 형성한 벽돌 조각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규정짓기를 거부한다. 사람들이 규정짓는 것에 얽매이기는 싫다. 일부러 조금씩 벗어나본다. 하지만 벗어남이란 것은 기실 틀이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다.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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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일상 2020. 6. 2. 23:32
뭐 하나 되는 느낌이 없다. 불확실성과 상황의 변화 속에서 이대로 흔들리다가는 내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느낌. 몸도 아프다. 바깥 소식은 더 나쁘다. 인류애를 잃을 것 같다. 마음도 아파온다. 그럴 때 나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나에게 변치 않을 가치를 줄 것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일에 있어서는 기술적으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설계나 알고리즘이 좀 더 효율적인 것. 인터랙션이 좀 더 짜임새 있는 것. 이런 건 고스란히 내 경험과 능력으로 쌓인다. 일상에 있어서는 관계와 자기반성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내가 믿는 것을 생각한다. 내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다짐을 생각한다. ‘차이를 즐기고 차별과 싸우자’고 어렸을 때의 내가 말했던 것을 잘 지키고 있는지 생각한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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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돌아온 것인 줄 알았는데...일상 2020. 5. 28. 21:44
처음 블로그를 태터툴즈로 시작했다. 티스토리는 모두가 알다시피 '서비스형 태터툴즈'로 시작한 서비스고. 그래서 블로그를 다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다른 것들을 돌아보다가 티스토리를 선택한 계기는 간단했다.일단 Static Site Generator는 글 쓸 맛이 안 난다. 내가 아무리 프론트엔드 개발에 잔뼈가 굵었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마크다운 에디터로 블로그 형식의 글을 쓰는 건 익숙하지도 않다. 아니, 정확히는 기술 블로그에 글 쓸 때나 좀 했었지. 그러다가 '꾸준히 글을 쓰는 꿀팁'으로 글을 쓰기 좋은 서비스형 블로그를 쓰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글을 봤고, 서비스형 블로그를 좀 더 알아보게 됐다.네이버 블로그는... 싫었다. 그냥 싫었다. 별 이유 없음. 처음 태터툴즈 블로그를 시작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