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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 2020. 6. 9. 23:56

    누가 봐도 나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모범생이라 규정지어지긴 싫어했다. 대부분을 내가 어딘가에 묻어놔서 다시 보기도 힘들지만, 학생 시절의 내 블로그 글들은 다 그런 식이었다. 나는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 아니라고, 내가 하는 딴짓들을 보라고. 그 딴짓들이 사회에서 규정하는 ‘모범생의 고상한 취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음은 나중에 알았다. 앨범 모으기, 신문과 잡지 읽기, 블로그에 시사 글 쓰기... 제딴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특이함이라 생각했겠지만, 딴짓이라 얘기하기도 참 민망한 것들이다.

    내 삶과 성격을 형성한 벽돌 조각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규정짓기를 거부한다. 사람들이 규정짓는 것에 얽매이기는 싫다. 일부러 조금씩 벗어나본다. 하지만 벗어남이란 것은 기실 틀이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다. 결국 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과하게 벗어나지도 않았다. 스테레오타입으로 묶이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그리고 스테레오타입과 다른 내 모습에 만족해했다. 솔직히 인정한다. 이걸 세 글자로 뭐라고 부르는지. 힙스터.

    그래도 언젠가부터는 그런 규정과 틀에서 좀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힙스터가 되었던 시간 속에서 놓쳤던 것들을 나중에 재발견하며 과거의 나에게 핀잔을 주는 시간이 늘었다. ‘야 그땐 그렇게 양산형 소몰이라고 싫어했지만, 솔직히 SG워너비 1~2집은 가슴이 시켜서 듣잖아.’ 그렇게 내 솔직한 취향을 인정했다. 자존감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 자존감이 나를 기울어도 쓰러지지 않게 하는 무게추가 되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나는 이유 없이 비난 받을 일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게 비난을 받아 크게 기울 때가 아직도 좀 있다. 그래도 일상 속에서 움직이는 내 모습에서 나는 나의 ‘괜찮음’을 다시 발견한다. 그것이 나를 내일로 이끄는 힘이다.

    ——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사람에서 벗어나있다는 것,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항상 나를 옭아맸다. 틀에 맞지 않아 느껴야했던 위축됨이, 다른 이의 시선이 나에게는 상처였다. 그런 것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을 때, 그때서야 말할 수 있는 말은 역시 이 말이었다. 나는 자유롭다.

    Lady Gaga - Free Woman
    https://youtu.be/u_cIs0_C6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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