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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에어 포스 1 리액트 리뷰생각/리뷰 2020. 6. 20. 20:49
마치 이베리아 반도의 탱고의 여인
- 허혁구 소믈리에추억의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에 등장해 아직도 회자되는 말을 가져와봤다. 워낙 뜬구름 잡는 말처럼 들려서 놀림받기도 했던 말이기도 하다. 아직도 놀림받을 정도니까. 방사능을 쐰 와인에 대한 평가였고, 훗날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대륙 포도가 섞인 것 같은 맛을 소믈리에적으로(?) 평가해서 나온 말로 다시 알려진 발언이기도 하다.
그런데, 분명 신발 사진이 썸네일이고, 제목도 "나이키 에어 포스 1 리액트 리뷰"인 글에 웬 뜬금없는 이베리아 반도 드립일까? 오늘 리뷰할 신발인 나이키 에어 포스 1 리액트가 정확히 그런 느낌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기본적으로 이 신발은 에어 포스 1이다. 너무 유명한 신발이다. 어떤 바지에 잘 매칭되는지는 수십 년간 많은 사람들이 이미 글과 영상을 많이 남겼으므로 따로 더 적지는 않겠다.
에어 포스 1 리액트는 기본적인 틀은 에어 포스 1의 문법을 그대로 따른다. 물론 부분적으로 변경된 곳들도 눈에 띈다. 일단 큰 변경점으로 신발 옆부분(saddle)이 메쉬 재질로 대체된 것, 그리고 좀 많이 커져서 넘쳐버린 스우시가 눈에 띈다. 좀 더 자세한 것은 아래 사진을 보자.
- 아웃솔 앞부분은 리액트 폼 모양으로 포인트를 줬다(단, 이 부분이 리액트 폼인 건 아니다. 그랬으면 일주일 만에 다 닳았을 걸?).
- 발 안쪽에 DIMSIX 로고가 추가됐으며, 신 끈 고리의 디테일이 조금 바뀌었다
- 발 바깥쪽 AIR 로고 왼쪽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못 알아챌 정도로 옅은 나이키 리액트 로고가 추가됐다.
- AF1 글씨가 새겨져있던 예쁜 신발끈 중앙 고리가... 패브릭 재질의 고정 끈으로 대체됐다.
- 설포(tongue)가 메쉬 소재로 변경되었다. 라벨 아래에 봉재선이 하나 더 있다.
- 아웃솔 바닥은 따로 사진을 찍진 않았는데, 며칠 착용을 한 관계로 더러워지기도 했거니와, 색에 포인트가 들어간 것 외엔 에어 포스 1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 이쯤해서 의문을 가질 때가 됐다. 미드솔 역시 에어 포스 1과 똑같은 딱딱한 재질로 보이는데, 대체 리액트 폼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그 답은 바로 이거다. 인솔. 그러니까, 깔창.
리액트 인솔
그렇다. 주인 외엔 아무도 볼 수 없는 예쁜 포인트 컬러로 만들어진 이 인솔이 바로 이 신발 이름에 "리액트"가 붙게 만든 이유다. 꽤 두껍다. 나는 손이 꽤 큰 편인데, 그 손으로 쥐고 있어도 절대 얇아 보이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두께만큼 확실한 완충 효과와 반발력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내가 "이베리아 반도의 탱고의 여인"같은 말을 떠올리게 된 이유기도 하다. 유럽에서 남아메리카의 춤을 춘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새로운 착용감. 이 신발과 딱 어울리는 표현 아닌가? 그럼 이제 이 인솔이 선사하는 착용감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착용감
나는 개인적으로 폼으로 된 운동화를 매우 선호하는 편이다. 아디다스 코스믹 2를 처음 신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와, 신발이 이렇게 말랑말랑할 수 있다니! 에어가 제일 푹신한 것인 줄 알았던 나는 한동안 배신감에 휩싸인 채 코스믹 2만 신고 다녔다. 겨울이 오기까지는. 그 어마어마한 통풍은... 한국의 겨울엔 절대 허용할 수 없는 통풍이었다.
봄이 온 뒤, 절대 이름 때문에 산 건 아니고, 나이키 에픽 리액트를 신어본 뒤 고민 없이 나는 카드를 들이밀었다. 이렇게 편하고 든든한 신발이 있을 줄이야. 왜 그동안 우리는 폼으로 된 운동화를 신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뒤로하고, 나는 리액트 빠돌이가 되었다. 물론, 오랫동안 폼 신발을 신으면서 폼 신발의 영원한 숙제는 바로 내구도라는 것, 그리고 착용감을 위해 거대해지는 폼은 결국 디자인 호불호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에어 포스 1 리액트의 착용감은 어떨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꽤나 훌륭하다. 에어 맥스 270 리액트보다 좀 더 낫다. 에어 맥스 270 리액트는 발뒤꿈치를 거대한 에어가 감싸는 방식으로 완충해주고, 발을 내딛을 때 리액트 폼의 반발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한 번 빨래방에 갔다 온 후... 예전 같지 않은 폼과 예전 같은 에어가 만나 뒤는 여전히 바운시 하지만 앞은 푹 꺼지는 언밸런스한 신발이 되고 말아 실망했던 적이 있다. 에어 포스 1 리액트는 그렇게 될 것 같진 않다. 에어 맥스 270의 크다 못해 거대한 에어와 달리, 이 신발의 에어는 실리콘 퍼프처럼 소박한 사이즈다. 이름이 "에어" 포스 1이니깐 굳이 넣어줬나 의심이 될 정도다. 그래도 뒤꿈치가 바닥에 닿은 뒤 무게가 실리기 시작하며 완충이 필요한 순간엔 에어의 완충 감을 준다. 내딛을 때의 반발감도 나쁘지 않다. 꽤 좋다.
그런데, 이 신발의 착용감에는 특기할만한 점이 하나 있다. 인솔(깔창) 사진을 다시 한번 보자. 우둘투둘한 디테일이 돋보이는데, 마치 지압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단, 아플 정도는 절대 아니고, 발을 풀어주는 기분을 느낄 정도까지만. 사실 나는 지압의 의학적/과학적 효과는 잘 모른다. 인솔의 우둘투둘함이 걷는 경험을 해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결론
이 신발은 디자인은 클래식이 되어 여전히 선호받지만 지금 기준에는 착용감이 좋지 않은 신발인 에어 포스 1이 리액트 인솔을 만나 현대적인 착용감으로 재탄생한 신발이다. 장점은 남기고 단점은 보완했다. 인솔 두께가 꽤 두껍긴 한데, 이 신발은 원래 신발에 있었을 미드솔을 거의 스니커즈 수준으로 깎아낸 후 그 자리에 두툼한 인솔을 넣은 것이므로 신발 자체의 높이는 큰 변화가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폼 신발의 영원한 숙제인 내구도. 나이키 신발이 한두 푼도 아니니 이 신발을 꽤 오래 신는다고 생각해보자.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물론 이 신발이 러닝화는 아니고, 그냥 라이프스타일 신발이므로, 달리기를 할 때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 같은 것은 별로 없을 거다. 게다가 인솔이 분리가 되니, 신발 빨래를 맡길 때 인솔을 따로 빼놓고 맡기면 어느 정도 걱정은 줄어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신발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에게 구매를 추천할 수 있는 신발이다. 사이즈가 남아있다면 말이다. 걱정이 되는 내구도는 단기간에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추후에 더 이야기해보기로 하고, 이 리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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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e Air Force 1 React
정가: 15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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